인생막장 개념 무소유/『욕조심』오만잡솔들

북한산 의상봉을 갔다왔슴돳!

개요강 2013. 5. 14. 22:13

8, 9년 전쯤에 한창 등산에 맞들렸을 때 한번 가보고는 기겁하고

다시는 안온다고 했던 의상봉 -_-;;;

우짜다 이거 제대로 걸려서 오늘 또 가게 되었습니돠.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_-

 

사실 오늘 등산도 이틀전쯤에 갑자기 회사 언니가 산에 같이 갈래?라고 묻길래

의상봉일 거라는 생각은 당연히 안하고 그냥 북한산 간다는 말만 듣고

오케이 했습지요. 그러다 오늘 아침에 만나서 연신내에서 내려서

버스타고 북한산성에서 내린 뒤에야 언니들한테 어느 경로로 갈 것인지 물었지요.

아니 갑자기 올라가야 될 산 꼬락서니를 보니 어째 이거 위험해 보입니다요?

그래서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의상봉이랍니돠. 으하하하하하하

 

오우 갓뜨!!!

 

그제서야 전 제정신 차리고 고소공포증이 있고 어쩌고 저쩌고

의상봉은 다시는 안가기로 다짐한 곳이라고 얘기를 하니 약간 서운해하는 눈빛이더군요.

그 언니는 스릴있는 걸 상당히 좋아하시는듯요..

여하튼 뭐 그건 8, 9년 전이니 지금은 세월이 흘렀으니 뭐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한번 올라가본다고 하고 등산을 시작했습지요. 크하하하하

 

아주 오랜만에 하는 등산인데다 좀 가파른 길이라서 그런지 쬐매 힘들더군요.

그러다 드뎌 의상봉스러운 바위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겁니다. -_-;; 헐

이제 시작이군요...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등산화도 꽤나 오래된 등산화다보니 바닥이 다 닳아서

의상봉스러운 코스를 밟는데 상당히 난해한 겁니다.

발에 힘을 주면 힘을 주는만큼 발이 정직하게 미끄러져 주시더군요. 크하하하하

요 쌍콤한 자식같으니라고!!

그래서 그 경사진 길에서 진짜 아찔했던 게 몇번인지 모르겠네요. 홀홀

아마도 손에 돌이나 나무, 바위에 설치되어있는 것들 아니였음 고대로 미끄러져서 아래로 쓩~했을 겁니다.

그럴때마다 다리 한번 떨어주시고 =0= 으하하하하

완전 자동이더군요. =0= 입에서는 무섭다는 말이 저절로 나와주시고 말이지요.

그러면서도 계속 올라온 길을 내려다본다는 겁니다. 크하하하하

진짜 아찔하면서도 그 중간에 그렇게 내려다보거나 쭉 둘러보는 경치가 죽이거든요.

어느 정도 올라오고나서 찍은 거...더이상은 몬가옵니돠!

제가 이 정도면 무궁한 발전이지요. 예전 같으면 사진찍을 생각도 못했을 건데 말입지요.

살짝 같이 간 언니가 찍혔더군요. 

그리고 그 바위들 올라가는 중간중간 있는 흙길에 나있는 각시붓꽃.

너무 이쁘더군요. 호홀 역시 봄입니돠 =0= 

몇번 미끄러지고 하다보니 그냥 이젠 뭐 될대로 되라는 식이다보니

이렇게 경사진 곳 아래를 한번 찍어보고 말입지요. 

좀 더나가서도 함 찍어보았습지요...이것도 좀 떨리더군요.

근데 진짜 이런 경치들 보면 아찔한데도 계속 보게 된다는 겁니다.

보고 무서워서 막 떨어져있다가 그래도 또 보고 그렇게 왔다갔다...허허허허

참 인간은 희한한 종족이란 말입지요. 

근데 이 언니는 무섭지도 않나요? 저런데를 올라가서 저렇게 태연하게 사진을 찍고 말입니다. 

여기도 경치가 좋아서 찍었는데 우째 사진으로 보니 영 거시기합니다요? 

이게 우리가 지나온 코스랍니돠. 으하하하하 이런 시밤 -_-

내가 미쳤지 미쳤어...근데 웃긴 건 그렇게 미끄러지고 하는 와중에도

주둥이에선 이상한 소리가 나오고 말입지요. 

바위에 나있는 나무 밑에서 뭔가 새순이 올라오길래 졸라 무서워하다가도

"우와 진짜 맛있게 생겼다." 이러고 -_-;;;

소나무보고 "소나무 존나 섹시하게 생겼네요"라고 하던가

한참 뻘뻘기며 올라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까마귀가 "까악~"하고 지나가길래

저도 가는 길 멈추고 까마귀 쳐다보면서 "까악!!" 한번 해주고 말입지요. 으하하하하

또 길이 하도 거시기하다보니 나무 잡고 올라가면서도 힘을 내가 너무 빡주는 상황이면

"나무야 미안하다"이러고 나무 쓰다듬고...확실히 나사가 많이 풀린 인간인듯요.

그리고 여기저기에 피어있는 요놈!! 진짜 요놈도 색이 어찌나 고운지 말입지요.

노상에서 피는 것들과는 비교가 안됩니다. 힘이 느껴집니다. 

얘들 역시도 아주 당찬 느낌을 주더군요.

 

암튼 오늘 의상봉 갔다오면서 진짜 몇번이나 죽을 뻔했지요. 발이 자꾸 미끄러져서 말입니다.

진짜 릿지화를 하나 새로 장만해야될 듯 하네염.

릿지화 새로 장만해두면 그때 다시 의상봉을 더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진짜 무섭고 아찔했는데도 경치는 죽이고 그래도 기분은 상당히 좋더군요.

그리고 험난한 코스였고 다리만 쓴 게 아니라 의상봉 구조상 팔이고 뭐시고 다 쓸 수밖에 없는데도

요상한 것이 체력은 괜찮다는 겁니다.

어무이께서도 제가 집에 들어오니까 "우째 쌩쌩하네?"라고 하시더군요. 크하하하하

 

여하튼 그렇게 힘든 과정들을 무사히 건너왔으니...제대로 된 휴식의 시간도 필요하지요. 

내려오는 길에 계곡물 소리가 시원하길래 제가 가자고 해서 들린 계곡...

작은 폭포도 있고 도룡뇽 새끼들도 있구요.

요녀석들 밥 준다고 발을 담궜습니다. 으하하하하하

근데 얘네들이 첨에 몇마리 제 발에서 왔다갔다하고 뭔가 발가락 사이도 들어가고 하더니

얼마 안지나서 제 발은 피하네요. 크하하하하하

먹을만한 것이 못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크크크크크크크크

 

여기서 세수도 하고 손도 씻고 발도 담그고 하다보니

갑자기 옷 홀딱 벗고 물안에 완전히 들어가고 싶었지만

다른 일행들이 근처에 있었으므로...홀홀

그래도 언젠가 반드시 그짓을 하고야 말텝니돠!! 으하하하하하하

 

오늘 등산하면서 느낀 것이 사람이란 것은 결코 혼자 힘으로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오늘은 아주 절실히 느꼈습니다.

험한 등산로를 오르면서 바위힘도 빌리고 나무 힘도 빌리고 공기도 빌려쓰고

태양힘을 빌려서 땀을 내고 또 바람힘으로 땀 식히고...

게다가 하산길에는 계곡 따라 내려오면 그냥 길이 되니 말이지요.

 

그나저나 안개가 약간 끼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햇볕도 안따갑고 해서 등산하기 아주 좋은 날씨더군요.

오늘은 진짜 완전 제대로 잘 쉬었습니다.

의상봉도 좋고 그 계곡도 아주 죽였습니다. 으하하하하하하

담에 또 가야져. 허허허허

 

덧) 다음날 일어나니... -_-;;;

겨드랑이 부분이 장난아니게 땡기네요. -_-;;; 팔부터 말입니다. 헐

그래도 배하고 허벅지는 안땡겨서 다행입니다.

근데 어제 밤 되니까 등산 기분좋게 하고 나서 그런지 방구만 유난히 나오더군요.

소리는 뭐 -_-;; 으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