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박은옥/정태춘&박은옥

대추리 마을에 남기신 태춘님께서 손수 쓴 시 - 얘기 2

개요강 2007. 3. 12. 11:52

어떤 분이 대추리 대보름 행사에 가셨을 때

발견한 거라고 하십니다.

 

태춘님이 어떤 집 벽에다 남긴 시더군요.

이 사진 올리신 분의 이 말이 찡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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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있음 이벽도 허물어 질테지요..

알랑한 사진만이 남을테고.

 

정성과 한이 서린 벽시에 비해서..

정말로 허접한 기록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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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가사이기는 하지만,

태춘님의 노래는 곧 시라고 생각합니다.

절제된 외침이라고 해야 되나요?

 

나중에 혹시나 대추리에 들르게 되면

이것도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

왠지 맥빠집니다.

 

얘기 2


저 들밭에 뛰놀던 어린 시절

생각도 없이 나는 자랐네

봄 여름 갈 겨울 꿈도 없이 크며

어린 마음 뿐으로 나는 보았네

도두리 봄 들판 사나운 흙바람

문둥이 숨었는 학교길 보리밭

둔포장 취하는 옥수수 막걸리

밤 깊은 노성리 성황당 돌무덤

달 밝은 추석날 얼근한 농악대

궂은 밤 동구밖 도깨비 씨름터

배고픈 겨울 밤 뒷동네 굿거리

추위에 갈라진 어머니 손잔등을


이 땅이 좁다고 느끼던 시절

방랑자처럼 나는 떠다녔네

이리로 저리로 목적지 없이

고단한 밤 꿈속처럼 나는 보았네

낙동강 하구의 심난한 갈대숲

희박연 안개가 감추는 다도해

호남선 지나는 김제벌 까마귀

뱃놀이 양산도 설레는 강마을

뻐꾸기 메아리 산골의 오두막

돌멩이 구르는 험준한 산 계곡

노을빛 뜨거운 서해안 간척지

내 민족 허리를 자르는 휴전선을


정태춘

1989' <무진 새노래> 앨범 中에서

3. 4절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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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그늘진 마음의 벗 정태춘 박은옥 까페'에서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