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 마을에 남기신 태춘님께서 손수 쓴 시 - 얘기 2
어떤 분이 대추리 대보름 행사에 가셨을 때
발견한 거라고 하십니다.
태춘님이 어떤 집 벽에다 남긴 시더군요.
이 사진 올리신 분의 이 말이 찡하더군요.
----------------------------------------------------
얼마 안있음 이벽도 허물어 질테지요..
알랑한 사진만이 남을테고.
정성과 한이 서린 벽시에 비해서..
정말로 허접한 기록만이.
----------------------------------------------------
노래 가사이기는 하지만,
태춘님의 노래는 곧 시라고 생각합니다.
절제된 외침이라고 해야 되나요?
나중에 혹시나 대추리에 들르게 되면
이것도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
왠지 맥빠집니다.
얘기 2
저 들밭에 뛰놀던 어린 시절
생각도 없이 나는 자랐네
봄 여름 갈 겨울 꿈도 없이 크며
어린 마음 뿐으로 나는 보았네
도두리 봄 들판 사나운 흙바람
문둥이 숨었는 학교길 보리밭
둔포장 취하는 옥수수 막걸리
밤 깊은 노성리 성황당 돌무덤
달 밝은 추석날 얼근한 농악대
궂은 밤 동구밖 도깨비 씨름터
배고픈 겨울 밤 뒷동네 굿거리
추위에 갈라진 어머니 손잔등을
이 땅이 좁다고 느끼던 시절
방랑자처럼 나는 떠다녔네
이리로 저리로 목적지 없이
고단한 밤 꿈속처럼 나는 보았네
낙동강 하구의 심난한 갈대숲
희박연 안개가 감추는 다도해
호남선 지나는 김제벌 까마귀
뱃놀이 양산도 설레는 강마을
뻐꾸기 메아리 산골의 오두막
돌멩이 구르는 험준한 산 계곡
노을빛 뜨거운 서해안 간척지
내 민족 허리를 자르는 휴전선을
정태춘
1989' <무진 새노래> 앨범 中에서
3. 4절 생략
--------------------------------------------------------
사진은 '그늘진 마음의 벗 정태춘 박은옥 까페'에서 옮겨왔습니다.